느낌 아카이브

세상에 살면서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that.you.feel 2023. 3. 21. 23:07

 

 

 

그녀는 내게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자라 온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어린아이가 치마에 하나 가득 모은 꽃잎을 아낌없이 잔디 위에 흩뿌리듯이 그녀는 자기 생각을 모두 풀어내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일 수 없었다. 나로서는 그것이 무척 괴로웠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속마음을 숨기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숨기는 일을 예의나 분별 혹은 현명이라고 멋대로 이름 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온통 가장무도회가 되고 만다. 이러한 세상에 살면서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을 할 때조차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싶을 때 침묵하지 못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고 헌신하지 않고 시인의 말을 빌려 그럴듯하게 꾸며야 하는 형편이 아니던가.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너는 내 마음을 모를거야.” 라고 말하며 속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었다. 그러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독일인의 사랑,프리드리히 막스 밀러
/by maurizio nann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