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시절이 끝났다. 한 사람이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오늘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추슬러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손톱을 깎고, 운동화를 빨고, 장조림을 만들고, 깻잎도 재어두었다.
그가 사라진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더러, 죽음이란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거다.
우리는 한때의 삶을 나누어 가졌다.
그런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황경신, 생각이 나서
/Untitled by Louisa Chalatashv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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