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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날

that.you.feel 2023. 3. 29.
작아지는 날

가끔 시간이 마구 흘러가고 있음에 당황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직 오늘의 할 일을 찾아내지 못했는데 해는 무섭게 지고 있고
오늘도 바깥의 햇볕을 죄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마음.

사람들은 일단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어떤 마음 상태에서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용기를 내어 밖에 나갔을 때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바라본 세상은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갈 곳이 있고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만날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간혹 있는 갈 곳과 만날 사람이 있는 날에도
가끔 마음에 구멍이 뚫리곤 합니다.
즐거움 속에서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는 날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소외될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서로를 잘 알고 충실한 관계인 사람을 만나야
차가운 바람을 품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 바람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겠지요.

골치 아픈 전화를 한 통 해야 합니다.
하고 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 뻔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돌덩이 같습니다.
한참 스스로를 다그쳐서 전화통화를 마치고
일 분도 걸리지 않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아까의 저를 비웃어봅니다.
항상 이런 패턴입니다.
구덩이가 주위에 너무 많아서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깊이 떨어져버립니다.
자, 골치 아픈 전화는 마쳤습니다만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잘 모르겠으니
다시 작아지기로 합니다.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시
-Marcos Pezz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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