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그래서 끝으로 갔다.
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까지 가보자고 해서 땅끝으로 간것이었다. 땅끝에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
해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땅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 하며 또 울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땅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최갑수,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Francisco Infante-Ar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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