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사랑이 질병인 것처럼, 내 이십대는 질병과 같았다. 슬픔도 가장 격렬한 슬픔만, 아픔도 가장 치명적인 아픔만 골라 껴안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슬픔은 폭죽처럼 터져버렸고, 이미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폭죽에 대한 기억도, 귓가를 울리던 굉음도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박연준,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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