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3 땅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그래서 끝으로 갔다. 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까지 가보자고 해서 땅끝으로 간것이었다. 땅끝에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 해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땅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 하며 또 울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땅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최갑수,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Francisco Infante-Arana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길게 보면 시간은 선생님 편이 돼줄 겁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 “선생님은 무언가를 납득하는데 보통 사람보다 좀더 시간이 걸리는 유형 같아요. 하지만 길게 보면 시간은 선생님 편이 돼줄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noeliaandres.tumblr.com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인생의 말랑한 부분에 대한 일치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무슨 차를 굴리고, 한 달에 얼마씩 저축해 몇 년 뒤에는 어떤 집에서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정작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작가의 글에 열광하며, 어떤 상상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채로 결혼했다. 인생의 말랑한 부분에 대한 일치나 교감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인생의 하드웨어에 대해 합의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 곽정은 / 내 사람이다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희망은 사소하면 사소할수록 좋았다 희망은 사소하면 사소할수록 좋았다. 그런 희망은 사람을 좌절시키지 않고, 배신감에 치를 떨게 하지 않고, 죽게 만들지 않으니까. -이장욱, 천국보다낯선 -In Our Nature. Photographs by Takashi Homma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는 지난 세월을 꼰대들과 불화하여 답답하게 보낸 서른 살의 한 남자가 세상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온전하게 증명해내는 이야기다. 그의 해답은 이기든 지든 끝까지 자기 힘으로 버티어내는 데 있었다. 인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록키 발보아가 그랬듯이 말이다. 언제나 록키 발보아 이야기로 끝을 맺고 싶었다. 마지막이다.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brisbane 5:33..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사랑한테 배웠지 "너도 사랑 지상주의니?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거라고?" "고통과 원망과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겠지 그 정도 되어야 사랑이지." "그런건 또 누구한테 배웠어?" "사랑한테 배웠지."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Gianni Passeretti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비가 온다.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인 어떤 것 일전에 《뉴욕 타임스》(2014/2/2)를 읽노라니 데뷔 당시의 비틀스에 대해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They produced a sound that was fresh, energetic and un-mistakably their own. (그들이 창조해낸 사운드는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그리고 틀림없이 그들 자신의 것이었다.) 아주 심플한 표현이지만 이것이 오리지낼리티의 정의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인 어떤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상실될 걸 알고 있는 이의 고독 그가 다가와 내손을 쥐었다. 나는 손을 빼서 그의 손을 더 힘껏 쥐었다. 오늘을 잊지 말자,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울적해져 있었다. 상실될 걸 알고 있는 이의 고독이 묻어 있었다.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세상에 살면서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녀는 내게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자라 온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어린아이가 치마에 하나 가득 모은 꽃잎을 아낌없이 잔디 위에 흩뿌리듯이 그녀는 자기 생각을 모두 풀어내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일 수 없었다. 나로서는 그것이 무척 괴로웠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속마음을 숨기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숨기는 일을 예의나 분별 혹은 현명이라고 멋대로 이름 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온통 가장무도회가 되고 만다. 이러한 세상에 살면서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을 할 때조차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싶을 때 침묵하지 못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고 헌신하지 않..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그런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시절이 끝났다. 한 사람이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오늘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추슬러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손톱을 깎고, 운동화를 빨고, 장조림을 만들고, 깻잎도 재어두었다. 그가 사라진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더러, 죽음이란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거다. 우리는 한때의 삶을 나누어 가졌다. 그런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황경신, 생각이 나서 /Untitled by Louisa Chalatashvili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D를 위해서라면 슬픔이 번져서도, 슬픔의 이유를 분명히 알아서도 안 된다 D와의 관계는 일종의 ‘시소 타기’ 같았다. 한쪽이 내려앉으면 다른 쪽은 공중에서 흔들리는 발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높이를 달리하며 자주 엉켰고 한쪽이 이유 없이 가벼워지기도, 무거워지기도 했다. 우리는 시소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시소를 탔다. 시소는 보이지 않았으니 완벽했고, 즐거움을 주었다. 간혹 둘 중 한 명이 시소에서 떨어지기도 했는데, 중력의 법칙처럼 자연스럽게 여겼다. D는 새침하고 도도했다. 귀하게 자란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권태로움과 여유가 몸 곳곳에 배어 있었다. D가 꽃이라면 웬만해서는 봉오리를 벌리지 않는 꽃일 것이다. 기다란 모가지와 보랏빛 꽃잎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만, 웬일인지 활짝 피는 것은 어려워하는 꽃. 나비나 벌들이 몰려와 그를 구경하고 만지면그들..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실패에 우아할 것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한 실패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일하는 장면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장면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겠지요. 우리는 그때마다 우아한 쇠퇴, 우아한 실패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점차 늘려갈 회복탄력성에 기반해, 내가 지금 실패한 이 지점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지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성공할 때에는 아이처럼 굴어도 좋지만, 실패할 때만큼은 더 세련되고 우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당신에게 그럴 만한 기질적 자원은 갖춰져 있습니다. 이에, 다음의 세 가지 잔소리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먼저, 잦은 실패 경험으로 만성적인 무력감과 공허감을 겪는 시기에도, 당신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뭐라도 할’.. 느낌 아카이브 2023. 3. 21. 더보기 ›› 이전 1 2 3 4 5 다음